
처음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했을 때는 사실 별 기대 없이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단지 형사들이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설정을 보고 '그냥 가볍게 웃다 오겠지' 했는데 완전히 예상 밖이었고, 영화관에서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남았습니다.
2019년에 나온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TV에서 다시 한번씩 방영되는 것을 보며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정말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극한직업이 왜 재미있었는지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줄거리
마약반 형사 5명이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은 실적도 별로이고 팀 해체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큰 사건을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범죄조직 잠복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감시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범죄조직 건물 바로 앞에 있는 낡은 치킨집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층에서 감시하고 1층에서는 치킨집을 운영하며 위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형사들이 대충 만든 치킨이 정말 맛있었던 것입니다. 단순히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대박집이 되어버렸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 폭주하는 전화 주문, 증가하는 배달 요청 등으로 형사들은 수사는 뒷전이고 치킨 튀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범죄조직을 감시해야 하는 형사들이 “사장님 치킨 언제 나오나요?”라는 말속에서 기름을 튀기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며, 이 비현실적이지만 웃긴 상황이 영화 내내 큰 재미를 만들어냈습니다.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은 홍보하고 전단지 돌려도 손님이 없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사들이 운영하는 치킨집은 대박이 나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형사들 소개와 상황 설정이 잠깐 나왔고, 이후에는 치킨집 운영 과정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들이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후반부에는 범죄조직과의 대립에서 액션 장면도 나오는데, 이것 또한 웃기면서 긴장감 있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왜 '이병헌 감독님'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감독이 코미디라는 장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요즘 코미디 영화는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극한직업은 그러한 요소 없이도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는 장면들로 가득했습니다.
치킨집이 바쁠 때는 카메라가 형사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각자의 행동을 잘 보여줬는데, 어지럽지 않고 오히려 그 정신없는 분위기를 재밌게 전달했습니다. 액션 장면 역시 과한 슬로 모션 없이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타이밍을 잘 맞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형사들이 진지하게 액션을 하는데 어딘가 서툰 느낌이 있어서 더 웃겼습니다. 치킨집 장사가 잘될 때 나오는 경쾌한 음악과 긴장감 있는 장면에서의 음악 전환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현실감과 코미디적 과장의 균형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형사들이 치킨집을 한다는 설정이 말이 안 되지만, 보다 보면 정말 있을 법한 일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등장인물
류승룡 – 고반장
류승룡 배우가 연기한 고반장은 팀 리더로 항상 진지하고 과묵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그 진지한 얼굴로 말도 안 되는 말을 할 때 특히 더 웃겼습니다.
진선규 – 마형사
진선규 배우는 이 영화에서 웃음 포인트의 절반 이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캐릭터로 필터링이 없어 솔직함이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밉지 않고 순수한 느낌이라 더 웃겼습니다.
이하늬 – 여형사
팀 내 유일한 여성 형사였지만 전혀 약하지 않았고, 남자들 사이에서도 할 말 다 하고 액션도 능숙하게 해냈습니다. 동시에 여성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캐릭터의 균형이 좋았습니다.
이동휘, 공명 – 막내 형사들
막내 형사 둘은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귀엽고 재밌었습니다. 다섯 명이 함께 있을 때의 시너지가 매우 좋았고, 실제 오래 일한 동료들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캐릭터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했고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비중이 고르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총평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형사물은 많지만 치킨집과 결합한 설정이 신선했고, 이것이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었습니다.
과한 선정성과 폭력 없이도 충분히 재밌다는 점을 보여준 영화였고, 요즘 자극적인 코미디와는 달리 자연스러운 재미가 강점이었습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누구와 봐도 부담 없는 영화였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유머 코드를 가지고 있었고, 특별한 사전 지식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재미있었고, 가볍게 웃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영화였습니다. 복잡한 메시지나 교훈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재미있는 영화였고 심심할 때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