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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스> - 줄거리, 등장인물,총평

by 소소미22 2025. 11. 3.

중식당 미미루에서 짬뽕 배달 중인 남성, 조직의 삶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는 모습
조직의 정장은 벗고 앞치마 두른 남자, 오늘도 미미루 출근해 배달간다.

줄거리

1990년대 후반, '식구' 라는 이름으로 뭉친 조직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조폭 영화와는 결이 다릅니다. 칼부림과 주먹다짐보다는 요리 실력과 눈치 싸움,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목적이 다 다르게 있습니다.

주인공 순태(조우진)는 실력을 갖춘 인물로 모두가 그를 조직의 보스로 원하지만, 정작 본인은 중식당 '미미루'를 운영하며 요리사로서의 삶을 꿈꿉니다. 그는 중식당 '미미루'를 운영하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요리사로 성공하는 것을 꿈꿉니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 가장 편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조직의 보스 자리는 짐일 뿐입니다. 반면 조판호(박지환)는 전통을 중시하며 보스가 되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그 혼자만 욕심을 내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리더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동강표(정경호)는 온갖 술책을 동원해 권력을 순태에게 넘기려 하고, 이들을 둘러싼 조직원들과 경찰까지 얽히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이어집니다.

특히 '미미루'라는 중식당을 둘러싼 설정이 영화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90년대 후반 동네 중식당의 정겨운 분위기는 할머니 집에 놀러 갔을 때처럼 사실적이고 정감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은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조직과 일상이 교차하는 묘한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등장인물

  • 순태 (조우진)는 냉철한 조직원의 모습과 요리할 때의 편안한 표정을 오가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모두가 원하지만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는 보스 자리를 둘러싼 그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중식당 주방에서 요리할 때의 편안한 표정과 조직 일을 처리할 때의 냉정한 눈빛 전환이 자연스러워 캐릭터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 조판호 (박지환)는 이 영화의 코미디를 책임지는 인물입니다. 보스가 되고 싶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답답함과 그것을 억지로 참다가 폭발하는 순간들이 웃기면서도 어딘가 안쓰러웠습니다. 매 장면에서 터지는 삶의 욕망과 울분이 그대로 전달되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냈습니다.
  • 동강표 (정경호)는 특유의 표정과 간결한 대사로 조직 내 권력 게임을 주도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이규형이 연기한 경찰 태규는 조직과 경찰이라는 대립 구도 속에서도 묘하게 인간적인 교감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과 유머를 동시에 책임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황우슬혜, 김영민 등 조연진들까지 빈틈없이 캐릭터를 살려냈습니다.

총평

<보스>는 조직물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블랙코미디와 인간 드라마를 절묘하게 버무린 작품입니다. 폭력과 위계가 존재하는 세계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인간적인 허점과 코믹함을 끌어내며 웃음과 긴장의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웃다가도 긴장하고, 허탈하게 웃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9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 배경을 단순히 의상이나 소품으로만 표현한 게 아니라, 당시의 분위기와 정서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냈습니다. 중식당 미미루의 인테리어, 조직원들의 말투와 행동, 요리 장면의 섬세한 연출까지 감독의 세심함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음식을 다루는 장면에서 단순히 맛있어 보이게 찍는 게 아니라 요리사로서의 자부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98분이라는 적당한 상영시간 도 큰 장점입니다. 요즘 영화들이 무조건 2시간을 넘기는 것과 달리, 꼭 필요한 이야기만 담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웃음과 메시지를 모두 잡은 균형 잡힌 작품이었습니다.

조직물을 좋아하는 분, 블랙코미디를 찾는 분,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고 싶은 분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주말에 가볍게 보기 좋으면서도, 두 번째 관람 시 또 다른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재관람 가치도 충분했습니다. 첫 관람 때는 전체적인 스토리와 웃음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는 각 캐릭터의 숨은 심리를 찾아보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