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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물> - 줄거리, 등장인물, 총평

by 소소미22 2025. 11. 11.

 

소파 위에서 장난치며 몸싸움을 벌이는 세 남자 주인공의 포스터.
상단에 “뭉치면 빵터지는 놈들이 온다!”는 문구가 강조되어 있으며,
밝고 코믹한 분위기의 이미지로 영화 스물의 유쾌한 청춘을 표현함.
스무 살, 엉망진창이지만 찐우정, 찐현실, 찐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온다

<스물> 줄거리 

스무 살이 된 치호(김우빈),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의형제처럼 지내는 세 친구다. 치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딱히 하고싶은게 없는 백수, 동우는 만화가를 꿈꾸지만 현실에 부딪혀 매일 알바로 생계를 잇는 알바생, 경재는 틀에 박힌 삶을 선택한 모범생이다. 셋은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갈림길 위에 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확실하지도 않고, 어설픈 열정만 넘쳐나는 시기이다.

치호는 하고 싶은 것도, 그럴 의지도 없어 보인다. 여자친구 소민에게 관심도 없어지고, 클럽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무명 배우 은혜를 차로 치는 사고를 낸다. 합의 대신 은혜의 매니저 역할을 하며 촬영 현장을 따라다니게 된 치호는, 처음엔 투덜거리지만 점점 그녀에게 마음이 끌려 둘은 연인처럼 가까워지지만, 은혜가 출세를 위해 성상납을 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자 치호는 분노와 실망으로 관계를 끊는다. 철없고 무책임하던 치호가 처음으로 진지한 감정이 생겼다.

동우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재수를 선택하며 독립하지만, 알바와 학원, 가정사까지 짊어지는 게 버겁다. 어머니의 건강 악화와 경제적 압박 속에서 결국 큰아버지의 산업체에 취직하기로 결심한다. 현실과 타협한 선택이지만, 그 또한 하나의 성장이다. 그걸 받아들이는 동우의 모습은 꽤 씁쓸하면서도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경재는 대학에 진학하면서도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 혼란스럽다. 술자리에서 진주라는 선배를 만나 짝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갑자기 남자친구와 함께 사라진다. 실연의 아픔을 겪던 경재는 소민과 술자리를 함께하다가 그녀가 자신에게 첫사랑이었다는 걸 고백하고, 둘은 연인이 된다. 경재의 이야기는 철저히 ‘안정’을 추구하는 모범생의 패턴 같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그러던 중 동우가 수능을 포기하고 취업을 택했다는 걸 알게 된 경재의 여동생 소희는 충격을 받고, 친구 셋은 소민네 식당에 모인다. 각자의 선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감정이 충돌하지만, 결국 서로의 상황을 인정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그 순간 식당에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치고, 세 친구는 함께 힘을 합쳐서 싸운다. 

결국 치호는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갖고 촬영팀에 들어가고, 동우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만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경재는 소민과, 동우는 소희와 연애를 이어간다. 이젠 군 입대라는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는 각자의 방식으로 앞을 바라본다. 

등장인물 

  • 차치호 (김우빈)
    이성을 향한 본능에 충실한 백수. 하루하루 충동적으로 살고, 목표 없이 빈둥거리지만 어쩌다 보이는 순수한 면 때문에 밉지 않은 캐릭터. 철없이 살지만, 무명 배우 은혜를 만나 처음으로 감정에 진심이 된다. 가볍고 유쾌한데, 뜬금없이 진지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서 캐릭터의 입체감이 살아난다.
  • 강동우 (이준호)
    만화가를 꿈꾸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현실에 맞서야 하는 생계형 알바생. 말투도 조용하고 감정 표현도 절제되어 있지만, 속은 복잡하고 깊다. 스무 살이라는 시기를 버티듯이 살아가는 인물이라 가장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캐릭터. 재수와 가족, 일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타협을 선택하게 되는 인물의 무게가 느껴진다.
  • 김경재 (강하늘)
    스펙 쌓고 현실적인 안정만 원하는 모범생. 여자 앞에선 한없이 허둥대고 서툴지만, 그 어설픔이 오히려 경재를 진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짝사랑과 연애,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 너무 ‘그 나이’ 같다라고 느꼈다. 지나치게 평범한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았던 캐릭터.
  • 이소민 (정소민)
    치호와 연애했다가 헤어지고, 또다시 경재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복잡한 감정선의 중심에 있는 인물.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사랑과 관계를 반복하며 조금씩 감정적으로 성장해가는 느낌.
  • 김소희 (이유비)
    경재의 여동생이자 동우를 짝사랑하는 인물. 언뜻 보면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진심이 들킬 때의 단단함도 있다. 동우의 선택에 상처받고 충격을 받는 장면이 꽤 인상 깊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동생 캐릭터라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 진주 (민효린)
    경재가 첫눈에 반한 과 선배. 튀지 않지만 분위기로 사람을 사로잡는 캐릭터. 존재 자체가 경재에게 ‘흔들림’을 주는 인물이라서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허은혜 (정주연)
    치호가 사랑하게 되는 무명 배우. 단역에 불과하지만 톱배우를 꿈꾸는 인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치호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현실, 욕망의 충돌을 보여주는 중요한 캐릭터.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는 치호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총평

‘스물’은 단순히 웃기기만 한 청춘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좀 얕게 본 거다. 물론 처음엔 캐릭터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이어지니까, 그냥 가볍게 보게 되긴 한다. 근데 보고 나면 생각보다 은근히 마음에 오래 남는다. 유쾌하게 웃다가도, 집안 사정때문에 재수를 포기하며 그런상황을 보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짠한 기분도 든다.

특히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분명히 공감할 포인트들이 있다. 겉으론 “이제 어른이다” 싶지만 속으론 여전히 혼란스럽고,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친구랑 어이없는 이유로 싸웠다가도 금방 다시 웃고, 감정 조절도 잘 안 돼서 혼자 오바하고 상처받고. 그 시절 특유의 ‘풋풋한 미숙함’이 영화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가장 좋았던 건, 그 모든 감정들이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흘러간다는 거였다. 웃기려는 억지 설정도 없고, 감동을 짜내려는 과장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들 잘 사는 건 아니지만, 자기 나름대로 하루하루 버티고, 또 나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그려져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어. 세 친구가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도, 그게 누구의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는 메시지. “각자의 방식으로 스무 살을 살아내는 거다”라는 그 여운이 오래 남았거든. 우리는 종종 비교하잖아. 누가 더 잘 나가고, 누가 더 철들었는지. 근데 이 영화는 그냥 말해주는 거다. 다들 다르지만 그 나이 땐 다 어설픈 거라고.

그래서 이영화를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봤던거 같다. 웃으면서 보다가도 문득 옛날 생각나기도 했던 그런 영화. 친구들이랑 같이 보면 더 좋고, 혼자 봐도 충분히 묵직하게 다가오는 구석이 있다. 단순한 청춘영화라고 하기엔, 감정의 결이 꽤 섬세하고, 캐릭터도 생각보다 깊다. 한 번쯤은 꼭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