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8월에 남편이랑 “뭐 재밌는 영화 없나?” 하고 둘러보다가 제목부터 끌리던 <악마가 이사 왔다>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이거 공포 영화야?” 하고 예매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까 완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공포일 줄 알았는데 로맨스에 판타지가 살짝 섞인, 생각보다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딸들이랑 집에서 한 번 더 봤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길구(안보현)는 그저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래층에 선지(임윤아)가 이사 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길구는 선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렸지만, 이 여자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낮에는 차갑고 너무 예쁘지만 평범한데, 새벽만 되면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습니다.
처음엔 “좀 독특한 사람인가?” 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졌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저도 “몽유병인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악마의 저주’라는 설정이 등장하며 스토리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퇴마 영화처럼 무섭게 가는 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살짝 코미디처럼 흘러가는 느낌이라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길구는 단순히 선지에게 끌리는 감정만 느끼는 게 아니라, 선지의 비밀을 알아가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이 쌓여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고, 단순히 “사랑하면 해결된다”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탄탄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 감정이 터질 때 훨씬 몰입이 잘 되었습니다.
스토리 전개 속도도 좋았습니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템포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영화들은 빠른 템포 때문에 설명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늘어져서 지루한 경우도 많은데, 이 영화는 그 중간 지점을 잘 찾아서 균형감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임윤아 배우의 연기가 놀라웠습니다. 평소 보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처음엔 살짝 어색할 수 있는데, 보다 보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중적인 자아를 가진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단순히 미스터리한 여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안의 두 자아와 싸우면서도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으로 그려져서 매력적이었습니다.
길구 또한 영웅적이지 않고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현실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선지의 아픔을 함께 알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고,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감정이 나중엔 진짜 진심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잘 담겨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케미도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등장인물
길구(안보현)
길고는 평범함 그 자체인 인물이었습니다. 잘난 것도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지만, 그런 평범함이 오히려 캐릭터의 장점처럼 느껴졌습니다. 선지를 좋아하게 되면서 점점 진심을 담아 행동하게 되고, 비밀을 알아가면서 함께 변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너무 완벽한 남자 주인공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물이었습니다.
선지(임윤아)
선지는 미스터리한 외모 뒤에 깊은 사연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행동하는데, 그 이유가 악마의 저주와 얽혀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단순히 피해자처럼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운명을 바꿔보려는 강한 의지가 있는 주체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임윤아 배우의 이미지 변신도 인상적이었고, 이중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한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주변 인물들
길구의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코미디 요소들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선지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웃음 포인트가 되었고,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스토리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전체 흐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총평
저는 이 영화를 장르 하나로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같다가도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고, 악마가 등장하는데 무섭지는 않고, 분위기는 진지한데 중간중간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남편이 말했는데, 진짜 그 말이 맞았습니다.
공포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당황할 수 있지만, 마음 편하게 로맨스·코미디·판타지 혼합 장르로 보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화면 색감도 예쁘고 연출도 깔끔했고, 속도감도 적당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심각하거나 무거운 영화가 아니라서 주말에 편하게 보기 딱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악마가 이사 왔다>를 보고 나서는 저도 문득 “내 안에도 또 다른 자아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며 볼 영화는 아니고, 그냥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남편과 재밌게 보고, 나중에 딸들과 함께 다시 봐도 전혀 부담 없는 영화였습니다. 주말에 뭘 볼지 고민하고 있다면 가볍게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였습니다.